정말 벼루고 벼루고
양어장 빨간 단풍길을 보러 왔는데
저 멀리 빨간 단풍은 하늘거리는데
입구에 공사차량으로 막아놓았다
헉 공사중이라
일부개방을 했다면
하필이면 단풍철에 하시며
그래도
왼쪽 일부는 개방중이라며
노랗게 익어 가는 나무 길 따라
그리움 같은 곳
1월9일까지
황톳길 조성을 한다며
어쩔 수 없이 막는다고 하시는데
반이라도 열어 놓았으니
감사해야지
붉게 타오르고 있는 녀석
저건 너 단풍도 붉게 타는데
공사 중이라 갈 수 없어
왜 하필 지금
탓을 하는데
사람도
단풍도
와글와글
들리시나요
단풍이 부르는 소리가
그리움처럼 다가오는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는데
여고시절 이 양어장 뛰기를 했는데
친구들 잘 있을까
이 아름다움을 알까
모두 초대하고 싶다
지나가는 여인들 내 마음과 같은지
친구들에게 이곳 소식을 전하니
"정말 양어장이가 거짓말이제 "한다며
정말인데
예쁜 가을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법정스님
저건 너 단풍 속을 들어가지 못한
못내 아쉬운 양어장 단풍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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