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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은 지금

유택렬과 흑백다방

by 하늘냄새2 2013. 2. 18.



친구가

'유택렬과 흑백 다방'

책을 보내왔다


진해에 가면 벚꽃이 있고

진해에 가면 백장미가  있고

진해에  가면 분수탑 로타리가 있고

진해에 가면 흑백이 있다

흑백




삐거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가면 

창문 사이로  햇살이 내리고 

하얀 석고 상들이  날 노려보던  화실 풍경 

그곳에 이젤을  세운  언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의자에 앉으면 

쓱삭쓱삭  나를 그리대는 소리 

그 소리가 길어지면 

꼼지락 꼼지락  내손이  춤을 춘다

엉덩이는 들썩들썩  하품 까지  더해 지는  이때 ..

이크흐~~

이젤 사이로  거닐던 

 곱슬 머리  무섭게도 생긴  선생님  부라린 눈과 마주친다 


눈은  어디로 

팔은 어떻게   다리는 모우고 .... 움직여서 안돼 

겁을 주시는것 같았던 


흑백   흑백에서 

유택열  선생님을  처음  보았던  나의  40 년이  훌쩍 넘은 

나의  기억이다 

  초등 학교 4학년 겨울방학 쯤 이였을까 

우리 언니  이하  몇몇  교대 입시를  준비하는 

진해 여고 언니들이  돌아가며 

동생들을 모델 삼아  뎃생 연습을  하던곳  흑백 

그 유명한  흑백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2살 짜리 소녀의 기억속에  흑백은 

곱슬 머리  무서운  선생님이 계시는곳 




그리고  내나이  스무살이 되고 

  방학이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모양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방을 순례하던 시절 



' 6,70년대만 해도 다방은 뽕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는  

요란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손님들 옆에 앉아 

촌티 나는 애교로 손님들 지갑을 털게 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우리들은 흑백 다방의  엄숙한 분위기는 되려

조심 스럽게 만들어 자주 들러지 않았다 

.......................

'흑백'은 젊은  군인들이 무미건조한 군생활의 일상을  이곳에서 풀기도 했다  '


흑백은  크게틀어놓은 음악도 

요란하게 차려 입은 아가씨도 없는 

   엄숙한  분위기 흑백은

망아지  처럼 흥분하는  우리에겐  재미 없는  다방이였다 

어느날 

더스틴 호프만 ,메릴 스트립 주연 

크레이머대 크레이머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은  발걸음을  흑백으로 ..

그리고 요란한 차림이 아닌 

  잔잔한  미소로  반겨주던  미스 김  언니가 있던곳

ㅎㅎㅎ 지금 생각하니 웃습다 

 다방 레지를  언니라 했으니 

그만큼  흑백은   집처럼  편한 곳이였건것 같다 

뽀얀 얼굴에  예쁜  큰언니 같았던 

스쳐가는 이야기엔  결혼을 했지만 ........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면 좋겠다 







곰삭은 지기,

 유택렬 화백과  전기수 시인 '은


  또하나의 추억속으로  데려간다 


두분이  곰삭은  지기 일줄이야 

전기수  시인 

전기수 국어 선생님 


진해여고 1학년 2반  

교실 문을  드르륵  열고 들고 오시는 

붉은 색의 길다란 얼굴  

"'번데기"  같다 

지금  LA 에 살고 있는  내 짝이  내뱉은  한마디

 선생님의 별명은  그렇게 

우리에게 번데기로 불리어졌고 

선생님은  몹시도   이 별명을   싫어하시면서도 

우리를 무척이나   예뻐  해 주시던 

잊고 있었던  선생님 을  이렇게  책에서 접하니 


봄날  교정에 서서 

우리들 이야기에

 보조개 미소 지우시며   들어주시던 선생님

참 짖굿게 굴었는데  선생님은  우릴 기억 할까 

....

학창 시절 만나보지 못했던 

선생님 시 한 편을  읽어 본다  ...

낙엽 태우는 냄새를  몹시 좋아하시던  선생님


가을날에  /전기수 


이 가을 ,萬物이 익어가는 가을날에 

成熱한 한 개의 열매를 찾기 위하여

나는 세상의 어디로든 길 떠나가리로다


허허벌판 ,어느 푸서리를 나돌아보거나

깊은  산 속 ,바위너설을 타고 넘어서거나

낭떠러지 아래 쏠을 서덜에 다다라도

그 한 그루 果樹는 

세상의 어딘가에  반드시 結實해 있으리니.


藍靑빛 하늘 아래 아롱진 햇살을 받고,

五色진 잎사귀에 싸여서

터질 듯 터질듯 무르익은

 한  알의 눈부신 열매,

주먹만한 크기의 길동그란 모양이

함함한 껍질은 등갈색으로 물들고

달디 단 향기를 은근히 내흘리며

가늘은 가지 끝에 사뿐히 매달린 열매


 그것을 따서 어루만지다가

이윽고 껍질을 깨뜨리면 

울찬 속살에서 뚝뚝 듣는 새맑은   ....

그 열매를 따 먹으면 

뿌리 깊은 목마름이 가시어

그지없는 괴로움이 다하여지고

淸淨 한 생각이 샘솟아나서

두 눈에 기쁨이 차오르리라.


이 가을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그 열매를 찾으러 나는 길 떠나리로다 

< 가을날에>







4월에 / 황선하 


4월에 

4월에 

진해로 오시오



작은 새 마냥 

훨훨 

마진고개를  넘어 



당신의 

지순한 사랑 

흐드러지게 피여 있는 

내 고향 진해로 오시오 


황선하




진해  /정일근 

진해출생, 1985년 한국일본 신춘문예당선 .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 .....

시집  <바다가 보이는 풍경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진해 /정일근 


진해 , 하고 중얼 거려 보면

나를  키우시던  어머니의  젖내음이  난다

탑산동 산 번지 그  막다른 골목집

다디단 젖 내음 신우대 숲 바람에 날리고

젊은 어머니 건강한 젖가슴에  안긴 

나를 만난다


  



진해 ,하고 중얼거려 보면 

내 입속 가득  벚나무 꽃잎이 날린다

사월의 분분한 향기에 황홀해 지며

꽃보다 더 붉은 얼굴로 첫사랑하고 

터질 듯 뛰는 심장으로  첫 키스 하던

나를 만난다 



진해 , 하고 중얼 거려 보면 

내  영혼에 물든 푸른  진해 바다가 출렁 거린다

그 잉크 같은 바다에 펜을 적셔 시를 쓰며

흑백다방에 앉거나 탑산 365 계단을 오르며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나고 랭보를 만나던 

나를 만난다 



진 해, 하고 중얼 거려 보면 

마음이 먼저 달려가 기차를 기다린다

진해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따뜻한 불빛 스미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를 만난다 


정일근 





진해로  달려가  만나보는  거리 

이제 낯설기만 한데 

 반가운  이름 하나 

 '   학애 서림 '이다 

인간시장 , 난장이가 쌓아 올린공,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상처.. 등등 

그때는  책도 많이 읽었는데 




우체국 

등교길이면   언제나 지나치던곳 

 항공엽서를  사기 위해 

무척이나  드나 들던곳 ..

 항공엽서의 주인공   재경이는 

아직도 볼티모에서  잘 살고 있을까 



 


시루봉

그리고 해병혼 




시루봉 에서 

옆지기는  말하네 

고된 훈련 중에  만난 잊지 못할  장소라는것을 



곧  

 이 아름다운  능선길에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휘날리겠지 

봄이 오면  산에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마음도  피여 ....





친구가 보내준  소중한  책 한권 으로

난     캔퍼스 속에   11살  나를  만나고 

스무살   흑백에서의  젊은  나를 만났다 

연두빛  세상에 앉아  

아름다웠던  시간  추억하며 

 







30년이 넘어 다시 찾은 흑백

흑백의 향기는 사라지고

<유경아 피아노 아카데미> 로

책속에서도 ,소문으로  흑백을 

지키기 위해  무척 노력 하셨다는 분들과  따님 

이렇게 나마  흑백을  느낄수 있어 행복 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책  보내준  친구야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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