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숲에서 꽃 한다발 사들고 와
가위들 꺼내놓고
잠자고 있던 녀석들에게 다듬을 기회를
딸아이 집이 전정가위 를 만드는 일을 하니
기념으로 가져온것은 많은데
내이름이 새겨진 가위는
아까워 ..사용하지 않고
요녀석은
처음 꽃꽂이를 배울때 가위와 닮았다
그래서 정이 간다
장미로 꽃꽂이했던 첫수업이 생각난다
어느새 45년이 흘렀다
난 좋은가위도 가졌는데
꽃값 타령하며 사는게 뭔지
좋은 가위 있음 뭐하나
꽃꽂이 선생님 세실리아 언니는
여든이 훨씬 넘었는데도
성당 성전 꽃꽂이 봉사를 하고 계신다
사범자격증을 눈앞에 두고
제주로 가는 통에 접어버린 아쉬움
꽃꽂이 함께 배우던
언니 동생들도 다 할머니가 되었겠다
꽃처럼 고왔는데
베드로 퇴근길에 꽃사오면 욕 한바가지 했는데
이제는 그런재미도 없네
꽃 한다발에 가위 꺼내고
아름답던 시절 생각나고
꽃을 보니
김춘수 꽃시 적어
편지보낸 남학생도 잘살고 있는지
꽃 / 김춘수
내가 그이름을 불러주기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것처럼
나의 이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로 나는 너에게로
잊혀지지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딸아이 식구들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