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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은 지금

겨울나무

by 하늘냄새2 2024. 1. 9.

 

강추위 안전 문자가  내린 날

시원한  복국 생각에 

호수공원에  주차를  하고 

장미정원을  통해   걸어간다

 

 

 

장미에 둘러 쌓였던  여인인데 

추위에도  잘 견디고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  소리 

 

산수유 소리 

 

겨울나무 소리

 

 

나무는  / 법정 

 

나는  겨울 숲을 사랑한다

신록이 날마다 번지는 초 여름 숲도 좋지만 

걸치적거리는 것을 훨훨  털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우뚝 서있는 나무들의  당당한 기상에는  미칠 수 없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도 이런  숲의 질서를 배우고 

익힌다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 한그루를  대할 때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함께 비춰 볼 수 있다면 

나무로부터 배울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 숲에서 어정어정 거닐고 있으면 

나무들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가지에서 

잎과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나무들도 겨울잠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새 봄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도 있다

눈 속에서도 새 움을 틔우고 있는 것 보라 

 

이런 나무를 함부로 베면 그 자신의 한 부분이

찍히거나 베어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나무에도 

생명의 알갱이인  영이 깃들어 있다

 

잎이 지고  난 나무들은 나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릴 것도 숨길 것도 없는 그대로의 모습 

하늘로 하늘로  가지를 펼치고 있는 

나무들은 모습은 지극히 선하게 보인다 

 

 

꽃이 져야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이 , 잎이 져버린 뒤 나무들은 

비로소 침묵의 세계에 잠긴다

발치에 흐트러져  있는  허상의 옷을 내려다보면서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낙엽귀근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나무들이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서있는 

낙목한천 아래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법정 스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빈가지에서  들려오는 소리 

잠시 쉬었다 가라네 

 

 

 

겨울나무를  사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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