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안전 문자가 내린 날
시원한 복국 생각에
호수공원에 주차를 하고
장미정원을 통해 걸어간다
장미에 둘러 쌓였던 여인인데
추위에도 잘 견디고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 소리
산수유 소리
겨울나무 소리
나무는 / 법정
나는 겨울 숲을 사랑한다
신록이 날마다 번지는 초 여름 숲도 좋지만
걸치적거리는 것을 훨훨 털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우뚝 서있는 나무들의 당당한 기상에는 미칠 수 없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도 이런 숲의 질서를 배우고
익힌다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 한그루를 대할 때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함께 비춰 볼 수 있다면
나무로부터 배울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 숲에서 어정어정 거닐고 있으면
나무들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가지에서
잎과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나무들도 겨울잠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새 봄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도 있다
눈 속에서도 새 움을 틔우고 있는 것 보라
이런 나무를 함부로 베면 그 자신의 한 부분이
찍히거나 베어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나무에도
생명의 알갱이인 영이 깃들어 있다
잎이 지고 난 나무들은 나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릴 것도 숨길 것도 없는 그대로의 모습
하늘로 하늘로 가지를 펼치고 있는
나무들은 모습은 지극히 선하게 보인다
꽃이 져야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이 , 잎이 져버린 뒤 나무들은
비로소 침묵의 세계에 잠긴다
발치에 흐트러져 있는 허상의 옷을 내려다보면서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낙엽귀근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나무들이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서있는
낙목한천 아래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법정 스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빈가지에서 들려오는 소리
잠시 쉬었다 가라네
겨울나무를 사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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