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오빠 둘
나
남동생 둘
이렇게
남자들 틈에 끼인 나는
남자 형제들처럼
언니를 "누야" (누나 사투리)라고 부르며 자랐다
커가며 "누야"라고 하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던
언니는 내가 초등 5학년 시절
대학이 없는 진해를 떠나
다른 큰 도시로 유학을 떠났고
그리고 시골 중학교 선생님을 하다
결혼을 했고...
이런 세월 속에 영영 누야를 언니로 고치지 못하고
나도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난 멀리 멀 리로 시집을 가
언니를 자주 만날 기회도 없었던...
어쩌다 만나면
그 호칭이 어려워
입안에서 어물어물거리다
빠른 속도로 '언니 ' 내뱉던
참 ~~
육십이 넘은 지금도
그 가끔은 언니라는 소리가 쑥스러워
누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8살 차이가 나는 언니
팔공주 집 친구가
한 살 두 살 차이 나는 언니들과 함께 하는 것을 보며
나도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언니였음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 마음의 언니가
지금 부르기는 서툴지만
세월 속에
차이 났던 그 나이가 친구처럼 좁혀졌다
그리고 언니는 엄마처럼 챙겨준다
늘 미안하다 난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올해도 창원에서 언니는 어김없이
김장 김치를 택배로 보내주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데도
직접 기른 배추로 정성이 대단하고 그 맛도 대단하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넣으며
냉장고가 없던
열 살 무렵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마당이 큰 집이었던
겨울이면
마당 저편에 웅덩이를 파고 장독을 묻고
김장김치를 넣어 두던
엄마가 김치를 꺼내오라는 심부름에
머리를 독 속에 처박고
다리를 바둥거리며 김치를 잡아 올리겠다고 용을 쓰던 나
콧물 찔찔거리며 마당에서 들고 오던 김치
그 차갑던 아침 바람
손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
김치 꺼내오는 심부름을 했던
열 살짜리 나는 대단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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