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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은 지금

언니와 김장김치

by 하늘냄새2 2021. 12. 7.

 

언니 

오빠 둘 

나 

남동생 둘

이렇게

남자들 틈에 끼인 나는 

남자 형제들처럼

언니를  "누야"  (누나 사투리)라고 부르며 자랐다 

커가며 "누야"라고 하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던 

언니는 내가 초등 5학년 시절

대학이 없는 진해를 떠나

다른 큰 도시로 유학을 떠났고

그리고 시골 중학교 선생님을 하다

결혼을  했고...

이런 세월 속에   영영 누야를 언니로 고치지 못하고

나도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난 멀리 멀 리로 시집을 가

언니를 자주 만날 기회도 없었던...

어쩌다 만나면

그 호칭이  어려워

입안에서 어물어물거리다

빠른 속도로 '언니 ' 내뱉던 

참 ~~

육십이 넘은  지금도

그 가끔은 언니라는 소리가  쑥스러워

누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8살 차이가 나는  언니 

팔공주 집  친구가 

한 살 두 살 차이 나는 언니들과   함께 하는 것을 보며

 나도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언니였음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 마음의 언니가

지금 부르기는 서툴지만

세월 속에 

차이 났던 그 나이가  친구처럼 좁혀졌다

그리고 언니는 엄마처럼 챙겨준다

늘 미안하다 난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올해도 창원에서   언니는  어김없이 

 김장 김치를  택배로  보내주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데도  

직접 기른 배추로  정성이  대단하고  그 맛도 대단하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넣으며 

냉장고가  없던  

열 살 무렵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마당이  큰 집이었던 

겨울이면 

마당 저편에  웅덩이를  파고  장독을 묻고

김장김치를 넣어 두던 

 

엄마가  김치를 꺼내오라는  심부름에  

머리를  독 속에  처박고

다리를 바둥거리며  김치를 잡아 올리겠다고 용을 쓰던 나

 

 

콧물 찔찔거리며  마당에서 들고 오던  김치

그 차갑던 아침 바람

손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

김치 꺼내오는 심부름을 했던 

열 살짜리 나는  대단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