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북면 동생집에 들렀다
답장에 나리꽃이 반겨준다
툭 툭 꽃잎을 떨구며
몇개 남지 않은 능소화 녀석도
악악 거리며 반겨주는듯 하다
툭 툭 떨어지는 비소리 장단에 맞춰
매형과 처남은
마당의 소리를 듣는다
마당에서 소리에 들다 / 이 서 린
햇빛 좋은 날 마당에 앉아 눈 감고
다만 들려오는 소리 듣기로 한다
나의 깊은 숨소리 몇번 지나간 뒤
석류나무에 쉬었다 가는 직박구리
혼자 사는 할머니 집 텃밭의 잔 기침,
멀리 버스 지나가는,만물상 트럭 스피커 왔다 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처마 끝 풍경,
심심해서 응얼대는 늙은 개의 투정
건너편 석산 밭의 작업하는 , 가끔 햇빛 돌아눕는,
우체부 오토바이 소리에 눈뜨니 마을 이장님 물세 받으러 오신다.
경보총각 오늘도 꾀죄죄한 강아지 두마리 데리고
마을회관 마실 간단다
무엇 그리 궁금한지 감나무는 길 쪽으로 가지 뻗고
마당 한 구석 빈 항아리는 연거푸 하품하고 있다
하늘은 저리 파랗게 바람 일으키는데
절반이 전쟁터인 열사의 나라
버려지고 부서지는 또 다른 거기에서도
햇빛이 몸 뒤척이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
겨울 가뭄이 오랜간다.
마른 댓잎 서걱이는 사이로 산비둘기 푸드득 날아오른다
와글와글 내 안의 소리도 오늘은 가만히 바람 속에 풀어 놓는다
다시 눈감고 온 몸으로 들려오는 소리 무심히 듣는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가
이서린
포도가 익어 가는 7월에
동생집 마당에 앉아
형제의 정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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