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인가
어쩌나
고구마가 어디있나
도대체
부추는 그림자 조차 찾을 수 없고
풀밭인지
고추는 반쯤 드러누워 있다
열무는 주인 기다리다
지쳤는지
가슴에 구멍이 뻥뻥
하얗게 타버리고 있다
그래도
좋은 기둥서방을 둔 고추는
넘어지지 않고
수줍은듯 붉게 타고 있다
날좀 봐요
향기를 팡팡 품어댄다
정말 향기가 좋다
가족계획을 하지 않고
얼마나 식구를 늘렸던지
허리가 휘청 거리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고구마에 갈 양분을 이녀석들이
다 갈취하나
잎사귀가 내 얼굴만하다
귀여워 해 줄 수가 없다
고구마 차마폭에 숨어
이녀석 세월가는 줄 모르고 놀더니
황혼이 되어버리고
저도 있어요
녀석의 뒤꽁무니에
그래도
함께 할 친구는 만들어 놓았네
어린것들은
하늘에서 내린 물줄기 때문인지
고구마줄기의 침략 탓인지
꽃잎을 떨구고 힘없이
그냥
거두기로 했다
이 두녀석을 어찌하나
이 예쁜 녀석은
집으로 데리고 가
열무 녀석과 합방시키고
감자 캐시다
허리를 다친 고문님
호박들이 서러운지
녹아내리고 있다
따라 할까봐
그냥 데리고 왔다
집에 데려다 놓아도 걱정이네
목욕을 시켜도
못난이 삼형제다 ...
울타리를 해주던
옥수수녀석들도
다 자라지도 못하고
힘빠진 엄마 등에쓸쓸히 엎혀있다
이 올망쫄망한 녀석들
비 바람에 뙤 약볕에 잘도 버티어 준 녀석들인데
굴비 처럼
달아놓고
처다나 볼까
수염 따나
코에 붙히고 대감 놀이나 할까
옥수수 나무 열매에
하모니카가 들어있네
니나니니 ~~~~~~
하모니카나 만들까
ㅎㅎㅎ
이 한 생명 바칠테니
맛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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