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분리수거날
사용하지 않은 재봉틀
아이들이 두고 간 기타 3개
꽃이 없는 화분
컴퓨터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딸아이 가족에 오기 전에
정리정리를 해야 한다
우선 재봉틀과 기타를
엘리베이터 속에 싣고 내려가는 데
놀랄 일이 생겼다
아니 감동적인 일이다
5층에서 젊은이도 짐을 들고 타고
그리고
1층 문이 열리고
먼저 내려서 가던 젊은이가 갑자기 휙 돌아서 오더니
재봉틀을 들고 간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마도 엘리베이터 속에서
"당신이 열림을 잡고 있으면
내가 재봉틀을 내릴게"
재봉틀 내리기에 걱정하는 우리에게
신경이 쓰여나 보다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정말 우리가 늙었구나
난 아직 씩씩한 것 같은데
젊은이의 눈에 는
도와줘야 할 노인으로 보이나 보다
고맙기도 하면서
서글프기도 하다
몇번이고 인사를 했지만
다음에 만나면
차라도 대접하고 싶은 데
마스크를 해서 얼굴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버릇없는 젊은이
요즈음 세상은 변했다고
걱정들 하지만
아직 아름다운 마음은 남아있는 것 같다
참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