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100주년 행사가 다가오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친구는 파마도 하고 백화점도 한 바퀴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파마를 했다
뽀글뽀글 머리 볼륨도 올려보고
처진 눈을 크게 떠보고
처진 입고리도 올려 보지만
아하 ~~
긴 한숨만 나온다
어쩔도리가 없다
세월의 흔적은
내가 이렇게 심술궂게 생겼나?
웃자 웃어
친구는 미용사 못 진 않게
머리를 잘 꾸민다고 한다
선 머스마 같은 나
꾸밀 줄도 모르고
청바지에 운동복 차림이 익숙한 난데
그래도 몇십 년 만에 친구를 만나는데
예는 갖추어야 할 것 같은데
가장 나 같은 모습은 뭘까
언제가 초등 남자 친구가
잘 늙어 주어 고맙다는 말로 감동을 주던 생각이 난다
난 지금도 잘 늙었을까
옷이 날개라는데
엘레강스하게
잠자리 날개 같은 치마도 입어 보고 싶은데
훅 찐 살에 나온 배를 보며
정신을 차린다
모자 둘러 쓰고
코트 하나 걸치는
평소의 내가 가장 편할 것 같다
친구에게 물어본다
니는 주름 없나?
우리 할매지??
그래 19살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