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 나무에 관한 기억
오후 4시쯤 그늘 제법 길어질 무렵 할머니는 어김없이 대문 나서네
삭아서 삐걱거리는 파란 대문 옆,올곧게 자란 오동나무 세 그루
무수한 큰 손바닥 흔들며 인사하네.
가지런한 틀니로 웃는 할머니 빛 바랜 녹색의자에 꽃잎 지듯 앉는다네.
딸 낳았을때 남편이 심은 나무 세 그루
그 남편 오래 전 오동나무 되었네
바람이 지나면서 보고 온 풍경을 할머니 앉아서 이야기로 듣네
오늘은 철길 옆 칸나 꽃의 첫사랑과 건널목 간수의 안부를 묻네
수련수련 나뭇잎들 이런저런 말 나누면 가끔 참새 떼가 참견을 한다네.
천전히
흘러가는 구름 따라 눈길 주며 할머니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네
오동은 하염없이 그 곁을 지키고..
오동나무 키보다 할머니 생이 더 길다네
굽이굽이 세월을 견디며 살았는지 잎새들보다 검푸른 할머니 눈빛
변두리 길가 낮은 슬레이트 집
삭아서 삐걱거리는 파란 대문 앞,
할머니 하나의 풍경이 되었네
오동나무 세 그루도 우뚝 솟아있다네.
오래도록 푸르게 그 자리에 남아서
........ 이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