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먹고 섭섭한 마음 달래려고
호로고루 성으로 왔는데
헐 여기는 더 삭막하다
지난가을 해바라기가 사라지고
내년 봄 볼고리를 위해
보리를 파종
훨 훨 벗어버리고 서있는 녀석들
멋지다
잔가지의 매력을 느끼며
허한 마음 달래본다
햇님 마저 애를 타게 하네
하늘은 회색빛
푸른 하늘도 연두빛 세상도 없다
겨울은 정말 싫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춥다
강가에 서니
즐겨부르던 노래 한자락 해보고 싶고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님도 탔겠지
님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강물 흐르는 소리가 정말 좋다
곧 강물도 얼겠지
호로고루 성
겨울빛은 춥기만 하지만
나무는 그냥 좋다
나무는 / 법정
나는 겨울 숲을 사랑한다
신록이 날마다 번지는 초 여름 숲도 좋지만
걸치적 거리는 것을 훨훨 털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우뚝 서있는 나무들의 당당한 기상에는 미칠 수 없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도 이런 숲의 질서를 배우고
익힌다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을것이다
우리가 나무 한그루를 대할 때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함게 비춰 볼 수 있다면
나무로 부터 배울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 숲에서 어정 어정 거닐고 있으면
나무들 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가지에서
잎과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나무들도 겨울 잠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새 봄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도 있다
눈 속에서도 새 움을 틔우고 있는것 보라
이런 나무를 함부로 베면 그 자신의 한 부분이
찍히거나 베어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나무에도
생명의 알갱이인 영이 깃들어 있다
잎이 지고 난 나무들은 나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릴것도 숨길것도 없는 그대로의 모습
하늘로 하늘로 가지를 펼치고 있는
나무들은 모습은 지극히 선하게 보인다
꽃이 져야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이 , 잎이 져버린 뒤 나무들은
비로소 침묵의 세계에 잠긴다
발치에 허트러져 있는 허상의 옷을 내려다 보면서
나무 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 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낙엽귀근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나무들이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서있는
낙목한천 아래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
법정 스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청보리밭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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