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동생집 황토방에 훈훈함이 가득하고
담장너머 들판에 누런 곡식이 익어가고
마당엔 생명의 소리
무섭게 폼 잡고 서있는 아저씨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동생은 철지난 꽈리를 나무 곳곳에 재치 있게 걸어놓았다
난 차 한 잔 들고 마당에서의 즐거움에 빠진다
달랑달랑 빛깔 좋은 녀석 부터
누드
오물오룸 꽈르륵 꽈르륵
볼이 아프도록 불어대던 어린시절
그 고운 시절에 머물어 본다
탱자 나무 가시 꺽어 들고
온갖 정성을 다해 구멍을 파고 파고
그렇게 몇개를 ...
겨우 하나 성공하며
폴짝 폴짝 신이나던 ..
그 꽈리가 지금 도 이렇게 예쁘기만 하다
숨은 그림 찾기하듯 꽈리를 찾는다
숨은 꽈리 찾아
장독 위에도
나무 위에도 놓고
이 아름다움을 즐긴 추석 연휴 즐거움
마당에서 소리에 들다 / 이 서 린
햇빛 좋은 날 마당에 앉아 눈감고 다만 들려오는 소리 듣기로 한다.나의
깊은 숨소리 몇 번 지나간 뒤 석류나무에 쉬었다 가는 직박구리,혼자 사는
할머니 집 텃밭의 잔 기침,멀리 버스 지나가는,만물상 트럭 스피커 왔다 가
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처마 끝 풍경,심심해서 응얼대는 늙은 개의
투정, 건너편 석산 밭의 작업하는 , 가끔 햇빛 돌아눕는,
우체부 오토바이 소리에 눈뜨니 마을 이장님 물세 받으러 오신다.경보총
각 오늘도 꾀죄죄한 강아지 두 마리 데리고 마을회관에 마실 간단다.무엇 그
리 궁금한지 감나무는 길 쪽으로 가지 뻗고 마당 한 구석 빈 항아리는 연거푸
하품하고 있다. 하늘은 저리 파랗게 바람 일으키는데 절반이 전쟁터인 열사
의 나라 버려지고 부서지는 또 다른 거기에서도 햇빛이 몸 뒤척이는 소리 들
을 수 있을까 ,
겨울 가뭄이 오랜간다.마른 댓잎 서걱이는 사이로 산비둘기 푸드득 날아오
른다.와글와글 내 안의 소리도 오늘은 가만히 바람 속에 풀어놓는다.다시
눈감고 온몸으로 들려오는 소리 무심히 듣는다.나는 지금 여기 있는가
이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