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은 지금

화실 마당에서

하늘냄새2 2025. 3. 29. 07:17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러  왔다 

 

그림을 그리는  동생은 

시골 빈 집을  구입해  화실로 이용하고  있다

 

 

화실  뒤편에 

말없이  서있는   늙은 흙담  한채   

 

이곳에

아버지의 한숨소리 

엄마의 자장가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가  있었겠지

주인장은 추억을 묻어두기 위해

이 집을 남겨둔 것 같다 

 

 

 

오손도손  살아갔을 

 

마당에  새집을 짓고 

넉넉하게  살아가는  가족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겠지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채  마당을  지키는  녀석들 

 

 

하 요녀석이  날 부르는 

어린 시절  어두운 밤에  필수품 

 이동식  화장실   요강 

요즈음 아이들은  이해할까 

 

 

옷을 입고 있는  항아리

녀석의 역활은  무엇이었을까 

 

 

깨진 항아리  하나 



깨진 항아리/   이서린 

 

깨진 항아리를  주워왔다

 본드를 바르고 철사를 감고

  바닥에 진흙 깔고 물을 가득 채웠다

  편백나무 아래 놓고 연을 사다 넣었다

 

  새벽 달 조용히 머물다 가더니

  사금파리 같은 햇살 놀다 가더니

  참새 몇 마리 물 먹고 가더니

  개구리 한 마리 터 잡고 살더니

 

  연꽃이 피었다

  바람이 수면을 흔들자

  얼굴 하나가 웃었다

  둥근 물 속에 하늘이 보였다

 

 

마당을 채우고 있는  풀꽃들

 

 

무릎을 꿇고  녀석과   인사를 

 

마당에서 소리들다 / 이서린 

 

햇빛 좋은 날 마당에 앉아 눈감고 다만 들려오는 소리 듣기로 한다. 나의

  깊은 숨소리 몇 번 지나간 뒤 석류나무에 쉬었다 가는 직박구리, 혼자 사는

 할머니 집 텃밭의 잔기침, 멀리 버스 지나가는, 만물상 트럭 스피커 왔다 가

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처마 끝 풍경, 심심해서 응얼대는 늙은 개의

 투정, 건너편 석산 밭의 작업하는 , 가끔 햇빛 돌아눕는, 

 

 

우체부 오토바이 소리에 눈뜨니 마을 이장님 물세 받으러 오신다. 경보총

     각 오늘도 꾀죄죄한 강아지 두 마리 데리고 마을회관에 마실 간단다. 무엇 그

      리 궁금한지 감나무는 길 쪽으로 가지 뻗고 마당 한 구석 빈 항아리는 연거푸

  하품하고 있다. 하늘은 저리 파랗게 바람 일으키는데 절반이 전쟁터인 열사

  의 나라 버려지고 부서지는 또 다른 거기에서도 햇빛이 몸 뒤척이는 소리 들

을 수 있을까 , 

 

겨울 가뭄이 오랜 간다. 마른 댓잎 서걱이는 사이로 산비둘기 푸드덕 날아오

른다 와글와글 내 안의 소리도 오늘은 가만히 바람 속에 풀어놓는다. 다시

눈감고 온몸으로 들려오는 소리 무심히 듣는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가 

 

이서린 

 

늙은 매화나무의  아우성 

 

 

산을 흔드는  향기 

 

 

 

담장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