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은 지금
결혼식장에 가져온 꽃송이
하늘냄새2
2022. 5. 18. 09:09
거실 한 구석에 서있는 꽃을 보며
"자기 내 생각해서 저 꽃 들고 왔지"
"응 그냥 챙겨 주길래 가져왔어"
양복 입고
지하철 타고 저 꽃 들고 오고 싶지 않을 텐데
고마운 사람이다
남편은 주말에 친구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걷고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그런데
이 꽃을 들고 왔다
꽃 좋아하는 나를 위해
82년 6월 8일
남편과 처음 만나던 날
꽃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인가
꽃꽂이 수업을 마치고
무작정 따라가자던 선생님
다방 문 앞에서야
데레사
어떤 사람이 있을 테니 만나 보라던
해군 중위
카키복 군인 아저씨가 앉아 있던
그 후 만남은 꽃과 함께 였던
결혼기념일이면 꽃바구니를 보내고
술만 먹으면
장미꽃 다발을 사 왔던
건대역 지하철 끝날 무렵
꽃집에 남겨진 장미 다발을 사 오던 남편
그땐 엄청 잔소리를 했는데
사는 게 뭐라고
'시들면 그만인데 왜~~~'
그 꽃값 아깝다고 잔소리하던
그러고 살았다
덕분에
꽃을 보며
시들어 가는 녀석도 있지만
남편의 정성을 느껴본다
크기가 길이가 맞지 않는 꽃이지만
나름대로 맞추어 세워놓고
고운 빛에
마음도 고운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다
고개 숙인 녀석도 있지만
이고운 녀석들 때문에
당분간은 즐거울 것 같다
남편의 마음에 고마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