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장에서 꽃들과 함께
테니스장에 봄이 왔다
야산엔
개나리 진달래
팡팡
코트 밖에선
벚꽃이 폼 나게 서있다
10년을 본 녀석인데
유난히 올해가 멋지다
엉거주춤 바위를 타고
야산에 올라
우선 개나리 녀석과 눈 맞춤하고
언제가 법정스님이
겨울날에 88 고속도로변에 피여 있는 개나리를 보고
떨어질 때 떨어질 줄 알아야 한다며
떨어질줄 모르고 붙어 있는
어느 정치인에 비교했는데
개나리만 보면
80년 겨울
삶이라는 주제 스님의 강론이 생각난다
오늘은 떨어지지 않고
이렇게 붙어 있어 주어 고맙다
내 루주 빛 같은 진달래 봉긋
2004년쯤 이였을까
이해인 수녀님은
욕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개 xx 대신
아 ~~ 개나리 같은
진달래 같은 이라고 욕을 하라시던
운전을 할 때면
내뱉고 나서
수녀님 말씀이 생각나는 것을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 향기를 풍긴다는..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 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 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해인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에)
수녀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할 텐데
책에 사인을 하시며
스티커를 붙이고 꽃을 그려 주시던
어린애 같은 수녀님
헤어지는 인사를 하며
엄마에게 가신다며 웃던 수녀님
수녀님 그 고운 미소가
활짝 핀 진달래와 함께 다가온다
즐거움을 주는 이 꽃들처럼
나도 즐거움을 주는 꽃처럼 살아야 할 텐데
운동을 해야 하는데
다음 주면 녀석은 훌훌 벗어버리고
없을 테니
녀석과 놀아야 한다
송이송이 하얀 꽃송이
어느 하나 닮은 송이가 없다는데
어디 보자 이 예쁜 녀석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 아름다운 녀석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주말
아름답다는 말 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자락 환해진다는
수녀님의 삿귀 생각하며
잠시
아름다운 척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