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이상한 계절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바람이 덩달아 불어댄다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이
다 떠나기 전에
나도야 떠나고 싶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혜원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법정스님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미치도록 아름답다